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샐리맘의 건강한 식탁

소식다작(少食多嚼) 본문

건 강 정 보

소식다작(少食多嚼)

샐리맘 2017. 7. 29. 19:19

소식다작(少食多嚼)





많이 씹고 천천히 적게 먹어라

한국인은 무슨 일이든지 '빨리 빨리' 처리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먹는 일에서도 '빨리 빨리'가 적용됩니다. 그런데 이것은 상당히 위험한 식습관입니다. 음식물을 충분히 씹지 않고 빨리 먹게 되면 과식의 위험성이 있을 뿐더러 지방간, 고지혈증, 당뇨, 비만 등이 생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섭취하는 음식물도 중요하지만, 그 음식물을 섭취하는 방법도 인체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건강하게 장수하고 싶다면 '빨리 빨리 식습관'을 버리고, 적게 먹고 천천히 먹는 '소식다작'을 오늘부터 실행해야만 합니다.


노화를 늦추는 비결, 천천히 먹기

국제노화방지학회 설립자인 끌로드 쇼샤르 박사는 건강하게 오래 사는 방법에 대해 수년간 연구한 노화학자입니다. 오랜 시간 연구하면서 장수에 대해 그가 내린 결론 중의 하나는 노화를 늦추는 비결이 '식습관'에도 있다는 것입니다. 쇼샤르 박사는 "질 좋은 음식을 꼭꼭 씹어 천천히 먹는 것은 건강에 매우 중요한 문제"라고 말합니다.

"나는 언제나 적어도 30분 이상 식사를 합니다. 음식을 섭취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는 너무 빠른 속도로 식사하는 것을 피해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음식을 20분 안에 먹으면 훨씬 더 많이 먹게 되고, 이것이 다양한 질병을 유발하게 됩니다. 따라서 식사 시간을 최소한 20분 이상으로 늘려서 씹을 수 있는 시간을 충분히 갖음으로써 음식물이 위에 잘 도달하게 해줘야 합니다."


그렇다면 한국인의 식사 속도는 얼마나 빠를까? 직장인을 대상으로 식사 속도를 조사해본 결과, 10~15분 사이가 49%, 10분 이내가 23%로 나타났습니다. 전체의 72% 가량이 15분 이내에 식사를 마치는 것입니다. 쇼샤르박사의 '20분 식사 시간'에 못 미치는 사람들이 3분의 2이상입니다.


식사 시간이 짧으면 문제가 생깁니다. 5분 내에 식사를 마치는 직장인의 73%가 속쓰림, 또는 목이나 입으로 신물과 쓴물이 올라오는 증상들을 겪고 있었습니다. 직장인 박권석(33) 씨가 대표적인 경우입니다. 그는 지금까지 여느 직장인들처럼 10분 이내로 식사를 해왔습니다. 최근에는 바쁜 업무 때문에 3~4분 만에 식사를 해야 할 때도 많아졌습니다. 좋아하는 반찬은 많이 씹지 않고 삼킬 수 있는 부드럽고 기름진 것들이라고 했습니다. 


그의 식사하는 모습을 곁에서 살펴보자, 몇 가지 문제점이 드러났습니다. 박 씨는 한 번에 많은 양의 밥을 떠 두세 번 대강 씹지 않아도 목 넘김이 쉬워 보였습니다. 식사를 마치는 데까지 결린 시간은 겨우 7분. 최근에 식사 속도가 더 빨라지면서 박 시의 체중은 급격히 늘어났습니다. 특히 복부비만이 심각하고 위장 장애도 의심된다고 합니다. 물을 마실 때 잘 넘어가지 않고 신물이 올라오는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빠른 식사 습관을 가진 박권석 씨의 위 상태를 확인하자 위염이 장기간 진행된 상태였습니다. 내시경 화면에는 붉은 염증 자국은 물론, 십이지장까지 점막이 벌겋게 긁히고 여러 군데 출혈과 염증이 발견되었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위산이 식도로 역류하는 현상이 장기간 반복되면서 식도와 위의 경계선이 허물어졌다는 점입니다. 전형적인 역류성 식도염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식사를 빨리 하는 것이 어떻게 역류성 식도염을 불러오는 것일까요? 음식을 대강 씹어서 빨리 삼키게 되면 천천히 먹을 때보다 더 많은 공기와 음식물을 삼키게 됩니다. 이 경우 위가 급속도로 팽창하는데 이때 위산이 역류하게 되고, 강한 산은 식도의 점막을 손상시키게 됩니다. 이러한 위산의 역류가 반복될 경우, 손상된 식도 점막의 변성으로 인해 암이 유발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천천히 씹어서 먹는 행위는 어떤 점이 좋을까? 씹기의 효과를 알아보기 위해 침의 변화를 살펴보기로 했습니다. 맛과 향을 제거한 껌 베이스를 준비한 다음 실험 참가자에게 횟수를 달리해 씹게 한 후, 1분 동안 입 안에서 흘러나오는 침을 받아 그 양을 측정했습니다. 씹는 동안에는 다른 조건의 영향을 받지 않도록 했습니다. 실험 결과, 씹는 횟수가 많아질수록 침의 분비량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100번 씹었을 때 침은 2배 이상 분비되었습니다.


놀라운 것은 침의 양뿐만 아니라 침의 성분까지 달라진다는 점입니다. 평소 입 안에 있는 침은 턱밑샘에서 나오지만 씹기를 반복하면 귀밑샘에서도 나오게 됩니다. 이때 나오는 침은 소화효소가 많을 뿐 아니라 침의 산성도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씹는 횟수를 다르게 해서 모은 침으로 산성도를 측정하자 처음에 약알칼리였던 침은 씹는 횟수가 많아질수록 산도가 떨어졌습니다. 그리고 100번 씹었을 때 소화에 이상적인 산도 6.8을 기록했습니다. 이 산도는 익힌 녹말을 당으로 분해하는 효소가 가장 활성화되는 산도입니다. 즉, 가장 이상적인 소화 환경이 조성되는 것입니다.


결국 소화가 되는 최초의 시작점은 위가 아닌 입 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만약 씹기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즉 음식물이 1mm 이하로 잘게 쪼개지지 않으면 위에서 십이지장으로 음식물이 넘어갈 수 없게 됩니다. 그러면 위에는 과부하가 걸리게 되고 팽팽한 상태를 유지하게 됩니다. '위의 고통'이 시작되는 셈입니다. 


천천히 씹어 먹으면 소화가 잘될 뿐 아니라 식사량도 줄어 자연스럽게 소식이 유도됩니다. 서울백병원 가정의학과의 강재현 교수팀과 식사 속도와 음식 십취량과의 관계를 확인해보기로 했습니다. 10명의 여성에게 2인분에 해당하는 동일한 볶음밥을 제공하고 최대한 포만감을 느낄 때까지 먹게 했습니다. 단 한 그룹은 10분 이내로 빠르게 먹게 하고, 다른 그룹은 한 입에 최소 20회 정도 씹고 20분 이상 천천히 먹도록 했습니다. 실험은 이틀에 걸쳐 진행되었습니다. 첫날 빨리 먹었던 그룹은 다음 날 천천히 먹게 했고, 천천히 먹었던 그룹은 다음 날 빨리 먹게 하여 개개인의 식사량 차이가 실험 결과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했습니다. 식사 속도를 다르게 한 두 그룹에겐 어떤차이가 생겼을까요?


식사 속도가 빠를 경우 천천히 먹을 때보다 평균 128g이나 많은 양의 음식을 섭취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섭취열량 역시 천천히 먹을 때에 비해 40%나 높았습니다. 하지만 포만감의 유지는 전혀 반대로 나타났습니다. 천천히 적은 양을 먹은 그룹이 빨리 먹은 그룹보다 포만감이 더 오래 지속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음식을 빨리 먹으면, 왜 더 많은 양을 먹게 되는 것일까요?


우리가 먹은 음식물은 입에서 씹기라는 소화과정을 거쳐 식도로 내려갑니다. 식도에서 다시 위로 옮겨진 음식물은 위산에 의해 잘게 쪼개져 소장에서 흡수됩니다. 이렇게 흡수된 음식물은 식욕과 관련된 호르몬을 분비시키고, 뇌에 포만중추를 자극해 배부름을 느끼게 합니다. 그런데 이 신호가 도달하는 데 최소 20분이 걸립니다. 그래서 20분 안에 빠르게 식사를 끝내면 포만감을 인지하지 못해 과식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소식하면 장수가 따라온다

노화에 관한 권위자인 유병팔(78) 박사는 70대라는 나이가 믿기지 않을 만큼 날씬하고 단단한 몸을 자랑합니다. 그는 자신이 젊게 사는 비결을 매일 1시간씩 하는 아침 운동과 40년째 지켜오는 식습관에서 오는 것이라 믿고 있습니다. 그는 하루 1,600kcal 이하의 소식을 철저하게 지킵니다.


유 박사가 말하는 소식의 기본은 영양은 풍부하되 열량은 낮은 식사입니다. "나는 소식이라고 할 때 양이 적다는 뜻이 아니라 소박하다는 뜻입니다. 칼로리의 측면에서 봐도 소박하고, 그마저도 중요한 것만 간추려서 먹기 때문에 단출하기까지 합니다. 우리에게 꼭 필요한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을 중심으로 메뉴를 짜서 실천에 옮기고 있습니다."


노화 연구에 평생을 바친 유 박사는 질병과 노화의 가장 큰 원인으로 현대인의 풍요로운 식탁을 지적합니다. 과식은 대사과정에서 우리 몸에 해로운 영향을 끼치기 때문입니다. 그는 소식이 면역력을 높일 뿐 아니라 혈액순환, 심장, 근육, 뼈, 지능에 전체적으로 좋은 양향을 미친다고 말합니다.


루이지애나대학의 패닝턴연구소에서는 소식과 장수의 상관관계를 밝히기 위해 250명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장기 추적연구를 진행 중입니다. 2004년에 첫 번재 연구 결과를 발표했는데, 48명의 사람들을 4군으로 나누고 그중 한 그룹에게 저칼로리 식사를 제공한 다음 6개월 후 4가지 장수 지표를 비교했습니다.


그 결과, 칼로리를 제한한 그룹의 경우에는 다른 그룹에 비해 세포의 DNA 손상이 가장 많이 줄었습니다. 그리고 당뇨와 노화의 원인이 되는 공복 시 인슐린 수치 변화도 가장 낮았습니다. 이는 평소 식사 시 칼로리를 제한하게 되면 노화를 억제하고 장수를 할 수 있다는 중요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습니다.


소식다작을 위한 실천매뉴얼

소식다작, 즉 많이 씹고 적게 먹는 식습관을 지키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식사 시간은 최소 20분 이상을 유지하고, 입 안의 음식은 20번 이상 씹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이것을 지키기가 어렵다면 음식을 씹는 동안 수저를 내려놓고 있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또한 부드럽고 칼로리가 높은 가공식품보다는 섬유소가 풍부한 자연식품 위주로 씹는 맛의 즐거움을 느끼며 식사하는 것이 좋습니다. 


빠르게 먹고 과식하는 습관은 처음에는 위와 식도에만 영향을 줄 것 같지만, 오래되면 대사증후군을 비롯해 뇌졸중이나 심장병과 같은 순환계 질환으로도 발전할 수 있습니다. 올바른 식습관을 위한 소식다작, 우리의 건강을 지켜주는 파수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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