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ice
Recent Posts
Recent Comments
Link
«   2024/0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Tags
more
Archives
Today
Total
관리 메뉴

샐리맘의 건강한 식탁

잘 먹고 잘 '싸는' 법 본문

건 강 정 보

잘 먹고 잘 '싸는' 법

샐리맘 2017. 6. 28. 10:00

잘 먹고 잘 '싸는' 법



산모가 아이를 낳다가 ‘이것’이 찢어져 고통받는 사례가 전체의 20% 정도다. 다행히 ‘이것’에 대한 국내 의료 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삶의 질을 좌우하는 ‘이것’은? 바로 항문이다.


항문 주변의 혈관과 결합조직이 튀어나오거나 피가 나는 현상인 치질은 현대인에게 익숙한 질병이다. 사실 ‘치질’이라는 단어는 항문 안팎에 생기는 외과적 질병을 통칭하는 말로 ‘치핵’이 더 정확한 표현이다. 2013년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항문 질환 환자 수가 85만 명에 달했으니 3년이 지난 지금은 더욱 많을 것이다. 그러나 흔히 더럽다고 생각하는 신체 부위인 탓에 병을 숨기는 이가 대부분이다. 만화나 시트콤에서는 치질에 걸린 사람이 희화화된 이미지로 등장하곤 한다. 그러나 건강한 삶을 위해서는 원활한 배변이 필수 조건이다. 몽골대통령의 수술을 집도하고 EBS[명의]에도 유례없이 3번의 러브콜을 받은 대장 항문외과 명의인 이종균 서울송도병원 이사장을 만나 항문 건강에 대해 조언을 들어봤다.


“몇십 년 전만 해도 항문 질환은 무조건 부끄럽다고 생각해 병원에도 오지 않았어요. ‘아프고 불편하긴 해도 죽진 않잖아’라는 생각으로 끝까지 참다가 병을 키우는 사례가 부지기수였지요. 그에 비하면 이제는 조금만 불편해도 얼른 병원을 방문해 치료받는 사람이 대부분입니다. 환자들의 의식이 발전했다고 볼 수 있죠. 물론 여성 환자들은 ‘여자 의사 선생님은 없나요?’라고 묻는 분이 많지만요.”


가장 잘 알려진 항문 질환인 ‘치핵’은 겨울에 많이 발생한다. 급격히 낮아진 기온 때문에 모세혈관이 수축해 혈액순환 장애가 생기기 때문이다. 계절 등 외부적인 요인 외에도 화장실에 오래 앉아 과도하게 힘을 주는 습관도 치핵 발생 원인이다. 용변을 보기 위해 변기에 앉아 스마트폰을 보며 오래 앉아 있는 습관 역시 마찬가지.


“치핵은 한 번 발병하면 계속 재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방이 제일 중요하죠. 일단 변비가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해요. 식이섬유소가 풍부한 미역, 잡곡, 고구마를 많이 드시는 게 좋습니다. 좌욕도 도움이 되지요. 항문 근육을 이완하고 혈액순환을 도와주니까요. 단, 좌욕은 10분을 넘기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예전과 비교하면 항문 질환에 대한 막연한 거부감이 많이 줄어드는 추세다. 이제는 조금만 불편해도 직접 휴대폰 카메라로 사진을 찍어 이상 증상을 확인한 뒤 병원을 방문하는 센스 있는 환자가 많다며 이 이사장은 웃었다.


“우리는 매일 이를 닦잖아요? 식사를 하고 나면 이를 닦고 입가의 물기를 제거한 다음 립스틱까지 예쁘게 바르죠. 그런데 매일 사용하는 항문은 너무 관리를 소홀히 해요. 한번은 우스갯소리로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어요. 입이나 항문이나 똑같은 구멍인데 너무 대접이 다른 거 아니냐고요.(웃음) 건강한 삶을 위해서는 둘 다 소중하게 관리해줘야 합니다.”


국내의 치핵 치료 방법은 이제 더 나아갈 여지가 없을 정도로 발전했다고 이 이사장은 설명했다. 이제는 골반, 대장과 관련된 질병으로 항문외과를 찾는 이들이 점점 늘고 있다. 시대가 변하며 질병의 양상도 다양해지고 있는 것이다.


“치핵 이외에도 배변 활동에 문제가 있는 분들이 항문외과를 찾습니다. 나이가 들면 항문의 괄약근(수축과 이완을 통하여 신체 기관의 통로 및 입구를 닫고 여는 근육)이 약해지기 때문에 노인들 중에는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대변을 보는 분이 많죠. 그런데 노화에 따라 괄약근이 약해지는 것도 이제는 의학적으로 충분히 해결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옛날에는 항문 부위 수술이 2시간이나 걸렸지만 이제는 30분도 걸리지 않습니다.”


항문 질환에 대한 의료 기술이 발달하기 전에는 괄약근의 노화를 그저 받아들여야 하는 변화로만 여겼다. 그나마 제시했던 해결책이 젊은 시절부터 미리 ‘케겔 운동(질 주위 근육을 조였다 펴기를 반복하는 골반 근육 강화 운동)’을 시작하는 것 정도였다. 하지만 이제는 의료 기술의 발달로 수술을 통해 괄약근의 회복이 가능하다. 초음파 및 MRI로 괄약근이 얼마나 손상됐는지 파악한 뒤 본 수술에 들어가는 것이다. 수술 시간도 8분 정도로 짧아 여든이 넘은 노인들에게도 체력적인 부담이 없다. 회복 기간인 5일 정도 병원에 입원한 뒤 한 달간만 조심하면 이후로는 일상생활에 전혀 지장이 없다고 한다.


“한 번이라도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대변을 지려본 경험이 있는 사람은 평생을 공포 속에서 살아갑니다. 그러니 괄약근이 건강하면 삶의 질이 엄청나게 달라질 수밖에요. 아직도 기억에 남는 환자분이 있는데요. 그 분은 아이를 낳다가 항문이 찢어진 뒤 여든세 살까지 기저귀를 차고 지내셨어요. 나이가 들어 괄약근이 약해지니 배변 능력은 더욱 떨어졌죠. 외출을 못해 늘 집에서만 생활해야 했고요. 그러다가 항문의 괄약근을 회복할 수 있다는 걸 알고 수술을 결정하셨어요. ‘내일 죽어도 좋으니 기저귀를 차지 않고 걸어서 동네를 돌아보고 싶다’고 말씀하셨던 게 잊히지 않습니다. 다행히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고 그분도 꿈을 이룰 수 있었죠.”


먹고 사는 데 지장은 없으니까, 혹은 죽을 만큼 아픈 건 아니니까 참고 살았던 우리네 어머니들의 사례가 끝없이 이어졌다.


“항문외과 의사가 되어 가장 보람 있었던 환자가 누구냐고 묻는다면 한 모녀를 꼽고 싶습니다. 어머니와 딸이 둘 다 항문 질환이 있었는데 돌팔이 의사에게 이상한 주사를 맞고 항문이 완전히 막혀버린 거예요. 몸속에 변과 독소가 쌓여 죽을 만큼 괴로운 상황이 되어서야 비로소 병원을 찾아왔더군요. 수술을 당장 해야 하는데 한 명이 수술할 비용밖에 없는 상황이었어요. 어머니와 딸이 서로 ‘나는 괜찮으니 어서 당신이 수술을 받으라’며 양보하는 모습을 보니 참 안타깝더라고요. 결국 한 명의 수술비만 받고 두 분 모두 수술해드렸습니다. 눈물을 흘리며 몇 번이고 감사하다고 인사하는 모습을 보며 저도 모르게 눈시울이 뜨거워졌죠.”


항문을 구성하는 근육은 생각보다 훨씬 예민하다. 작은 불순물이 들어가도 거슬리기 짝이 없는데 큰 손상을 입었을 때의 불편함이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여성 환자 중에는 분만하던 중 회음부(여성의 성기와 항문 사이)가 손상되어 찾는 이도 많다.


“산모가 아이를 낳은 뒤에는 괄약근이 헐거워지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그러나 회음부가 손상을 입은 경우에는 배변 활동 자체가 힘들어질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그 증상이 본격적으로 나타나는 것은 40대 후반부터인데요. 시간이 지날수록 요실금 등의 질환이 더해져 정도가 심해질 수 있기 때문에 일찍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불의의 사고를 당해 항문외과를 찾는 이도 많다. 강간 등으로 항문이 파열된 경우다. 몽골에 설립된 송도병원에서 이 이사장은 안타까운 사연의 환자를 만났다.


“몽골을 방문했을 때 한 여학생을 만났어요. 강간을 당해 항문이 파열됐는데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해 배변 활동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었죠. 그런 경우 직장에 호스를 연결해 배변해야 하는데, 위생상의 문제도 있지만 본인이 겪는 스트레스가 극심할 수밖에 없어요. 이미 몸과 마음에 큰 상처를 입은 상황에서 배변까지 할 수 없다면 더욱 더 큰 수치심을 느끼고 자살을 생각할 수도 있거든요. 다행히 우리 병원에서 제대로 된 치료를 받아 정상적인 배변 활동을 할 수 있게 되었죠. 그 환자에게는 새로운 삶을 선물해준 셈입니다.”


환자들에 대해 이야기할 때마다 이종균 이사장의 눈은 반짝였다. 때로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이런 열정 때문일까. 이 이사장을 비롯한 송도병원 항문외과 의료진은 EBS [명의]에서 최초로 세 번이나 항문외과 분야 명의로 선정됐다. 2011년에는 몽골 울란바토르에 병원을 세우고 의료 인프라 개선에 힘쓴 공로를 인정받아 몽골 정부 최고의 훈장인 ‘북극성 훈장(Altan Gadas)’을 받았다. 외국인으로서는 이례적인 일이라고 한다.


어린 시절, 이종균 이사장은 선원이 되고 싶은 자유로운 소년이었다. 의사의 길은 생각해본 적도 없었다. 다만 공부를 썩 잘했기에 부모님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고 자연스럽게 의과대학에 진학하게 됐다. 막연한 고정관념으로 다들 회피하는 항문외과를 선택한 것을 지금도 다행으로 생각한다고 이 이사장은 말했다.


“대장항문외과 전문의라는 것이 자랑스럽습니다. 외과의 생활을 5년 하고 그 이후로도 대장·항문에 관해 지식과 경험을 쌓아야지만 딸 수 있는 타이틀인걸요. 게다가 제가 항문 질환에 대해 공부를 시작했을 때만 해도 관련 병원이나 의사가 거의 없었어요. 어떤 질환이 정복되느냐 그렇지 못하느냐는 의사가 그 분야에 대해 얼마나 관심을 가지느냐에 달려 있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저는 블루오션을 잘 선택했다고 생각합니다.”


이종균 이사장의 일상은 새벽 5시부터 시작된다. 병원에 도착하는 시간은 7시 반. 의사와 이사장의 역할, 그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할 수 없다고 한다. 의사로 살아온 세월이 길어 비즈니스 회의를 할 때는 때로 도망가고 싶을 때도 있다며 그는 웃었다.  24시간이 모자란 그에게 어떤 의사로 남고 싶은지 물었다.


“대통령 앞에서나 힘없는 노숙자 앞에서나 태도가 변하지 않는 의사로 남고 싶습니다. 맡은 환자를 그저 소중한 한 생명으로 바라보고 행동하는 의사요. 제 나름으로는 열심히 노력했지만, 어떤 환자의 마음에 혹여 상처를 남기지는 않았을지 걱정도 됩니다. 매 순간 되새기며 달리다가 어느 날 문득 좋은 의사가 된 스스로를 발견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는 삶이겠죠.”

※ 출처 : 명의가 추천하는 명의 - 대장항문외과 이종문 이사장


'건 강 정 보' 카테고리의 다른 글

면역력 강화  (0) 2017.06.30
만병의 원인, 음식독  (0) 2017.06.29
비만에 대하여  (0) 2017.06.27
여름철 습기의 습격  (0) 2017.06.26
전 인류의 주식, 벼과 식물  (0) 2017.06.24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