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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항산화식품, 베리류
미국 농무부에서는 우리가 일상적으로 섭취하는 114개의 식품 중에서 몸속 유해산소를 없애는 항산화 성분이 가장 풍부한 '슈퍼푸드'의 순위를 매긴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상위 10위권 안에 '베리류'가 무려 5개나 포함되었습니다.
베리류란 과일의 이름 뒤에 '베리(berry)'가 들어가는 것을 말합니다. 스트로베리, 즉 딸기를 비롯해 블랙베리, 블랙라즈베리, 블루베리 등의 과일이 이에 해당됩니다. 그렇다면 이런 베리류에는 어떤 효능이 있기에 최고의 슈퍼푸드로 극찬을 받게 된 것일까?
복분자가 갖고 있는 강력한 항암 효과
2008년 서울대학교에서는 암과 관련한 국제 심포지엄이 열렸습니다. 심포지엄에는 베리류 연구의 세계적 권위자인 오하이오주립대학의 게리스토너 교수도 참석했습니다. 그가 주목하고 있는 연구는 블랙라즈베리, 즉 우리말로 '복분자'가 주는 항암 효과에 관한 것입니다. 이미 쥐를 대상으로 복분자의 항암 효과를 확인한 그는 암 환자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실험을 진행 중이었습니다.
그는 과거에 '가족성 용종증' 환자를 대상으로 실험을 한 바 있습니다. 전체 대장암의 1%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가족성 용종증은 대장 점막에 자라난 용종이 대장암으로 발전하는 질환입니다. 게리 스토너 교수는 매일 환자에게 20g의 블랙라즈베리 가루를 물과 함께 하루 세 번 먹도록 했습니다. 9개월간 실험을 진행한 결과, 환자들의 대장 용종 수가 절반 가까이 감소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게리 스토너 교수는 실험 결과에 대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일반적으로 가족성 용종증 환자의 경우 9개월간 25% 정도의 용종수가 증가하지만, 이 실험에서는 오히려 평균 50% 정도 줄어드는 효과를 봤습니다. 이는 아주 훌륭한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미국 식약청이 가족성 용종증 환자에게 승인한 약의 경우 용종의 수를 28% 정도 감소시키지만, 우리의 연구에서는 그보다 높은 감소율을 보였기 때문입니다."
국내에서도 블랙라즈베리, 즉 복분자를 섭취해 항암 치료의 고통을 이겨낸 사례가 있습니다. 전라북도 고창의 복분자 마을 근처에 살고 있는 박성병(74) 할아버지가 그 주인공입니다. 부부는 밭일을 하다 쉴 때면 복분자가 자라고 있는 텃밭으로 향합니다. 그곳에서 틈틈이 따 먹는 복분자 열매는 훌륭한 새참이 됩니다. 텃밭에 복분자 나무를 심게 된 것은 할아버지가 대장암 선고를 받은 이유에서였습니다. 할아버지는 수술 후 복분자로 힘든 항암 치료를 이겨냈다고 말합니다. 처음에는 항암주사가 죽을 만큼 고통스러웠지만 복분자를 즙으로 갈아 먹은 뒤부터는 참을 만했다는 것입니다. 당시 대장암 2기였던 할아버지는 6년이 지난 후에도 아무런 재발이 없는 상태입니다. 건강을 되찾은 지금도 할아버지는 늘 복분자를 먹으면서 건강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의학계에서는 베리류에 함유되어 있는 '페놀화합물'이 건강의 비밀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일반적으로 암은 발암물질이 유전자를 손상시키기 시작하면, 이후 몸속의 특정 유전자가 비정상적으로 활성화되어 암의 성장을 촉진시키게 됩니다. 그런데 베리류의 페놀화합물은 이러한 유전자의 활동을 차단하기 때문에 암의 성장을 막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베리류는 어느 정도나 암을 억제하는 것일까요? 실험을 통해 이를 알아보았습니다. 우선 10명의 학생들을 두 그룹으로 나누어 같은 종류, 같은 양의 음식을 준비한 후 하루에 세 번 동일하게 제공했습니다. 식사가 끝난 후에는 각각 300mg의 산딸기주스와 우유를 제공했습니다. 평범한 식사를 통해서도 어느 정도 발암물질이 생성될 수 있기 때문에 이렇게 식사와 베리류 주스를 함께 먹는 것은 그 효능을 알아보기에 적절할 방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 후 두 그룹에게 18시간 동안 배출한 소변을 요통에 모아오도록 했습니다. 소변을 통해 몸속에 생성된 발암물질의 양을 추정하기 위해서입니다. 분석 결과, 식후에 산딸기주스를 마신 그룹은 우유를 마신 그룹에 비해 발암물질인 니트로소아민이 약 70% 적게 생성되었습니다.
우리가 흔히 섭취하는 식품 중에는 아민과 질산염을 함유한 것들이 많은데, 이들이 몸속에 들어와 결합할 경우 니트로소아민이란 발암유발물질을 만들게 되고, 이는 DNA를 손상시켜 암을 유발합니다. 하지만 베리류를 섭취하면 그 속에 들어있는 비타민C나 페놀화합물이 니트로소아민의 생성을 방해하여 암을 예방할 수 있게 됩니다.
혈소판 응집을 억제하고 심장 건강을 돕는다
베리류는 혈소판 응집을 예방해 심혈관 질환에도 큰 도움을 줍니다. 2005년,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김정자(52) 씨는 베리류를 섭취하며 건강을 관리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혈관을 넓혀주는 스텐트 시술을 받아 죽음의 위기를 넘길 수 있었지만, 결코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수술 후에도 심장 주변의 혈관들이 다섯 번이나 다시 막혔기 때문입니다. 결국에는 가슴으르 절개하는 대수술까지 받았습니다.
그 후 김 씨가 더 이상의 질병으로부터 고통 받지 않기 위해 선택한 게 딸기였습니다. 과일은 입에도 대지 않던 그녀이지만 지난 몇 년간 정말 열심히 딸기를 갈아 마셨습니다. 과일을 충분히 섭취하는 게 중요하다는 의사의 말을 따르기로 한 것입니다. 딸기를 먹기 시작한 2007년 여름 이후로 심근경색은 더 이상 그녀를 괴롭히지 않고 있습니다.
"딸기를 먹은 다음부터 지금까지 통증이 전혀 없습니다. 힘들게 무리를 한다거나 무거운 것을 들 때 약간 부담이 오긴 하지만, 그때 외에는 통증이 없습니다. 몸이 건강해져서 날아갈 것처럼 좋습니다." 수술과 약물 치료도 중요하지만 딸기와 같은 베리류 과일의 섭취가 김정자 씨의 심장혈관에 분명히 도움이 된 것입니다.
2008년 미국 임상영양학저널에 의하면 심혈관계 위험 인자인 당뇨, 고혈압, 고지혈증이 있는 사람들에게 베리류를 먹게 하자, 혈압과 콜레스테롤이 조절되고 심혈관계 질환에 치명적인 혈소판 응집이 예방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본래 혈소판의 역할은 지혈작용입니다. 하지만 혈관벽의 콜레스테롤 덩어리가 터지면, 그곳에 혈소판이 달라붙어 혈전을 형성하게 됩니다. 만약 이 혈전 덩어리가 떨어져 나가게 되면 혈액을 타고 다니다 좁은 혈관을 막게 됩니다. 그러면 장기의 손상은 물론, 생명까지 위험할 수 있게 됩니다. 특히 협심증이 있는 경우에는 곧바로 심근경색이 될 수도 있고, 심근경색의 증상을 이미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혈소판 응집이 생기면서 다시 심근경색이 악화될 수 있습니다. 이 경우에는 사망률이 거의 70~80%까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렇다면 베리류는 얼마나 혈소판 응집을 억제할 수 있는 것일까요? 쥐의 혈액을 채취해서 실험을 해보았습니다. 먼저 채취한 혈액에서 적혈구와 혈장을 분리하고 그 다음 혈액응고 작용을 하는 혈소판만 채취한 후 시간이 지남에 따라 혈소판 응집이 증가하는 현상을 지켜보기로 했습니다. 딸기, 복분자, 블루베리의 농축액을 혈소판에 투여한 후, 혈소판 응집을 유도하기 위해 각각의 혈소판에 콜라겐을 넣어주었습니다. 시간이 지나자 딸기를 넣어준 경우는 거의 변화가 없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혈소판이 엉겨붙는 정도가 점점 심해졌습니다. 혈소판 응집을 억제하는 효과는 딸기가 가장 강력했고, 복분자는 40%, 블루베리는 20%가량 억제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베리류를 자주 섭취하면 콜레스테롤 수치도 떨어뜨릴 수 있습니다. 우리의 간에서 생성되는 콜레스테롤은 담즙산의 원료가 되는데, 보통 담즙산은 대장에서 재흡수됩니다. 하지만 베리류에 포함된 수용성 식이섬유가 담즙산과 결합하게 되면 대장에서의 재흡수가 방해받게 됩니다. 그러면 우리 몸은 부족한 담즙을 만들기 위해 체내 콜레스테롤을 사용하게 되고 그 결과 혈중 콜레스테롤이 떨어지게 됩니다.
노화를 예방하고 억제하는 안토시아닌의 힘
빨갛고 까만 베리류의 강렬한 색소에는 '안토시아닌'이라는 성분이 있는데, 이는 우리 몸의 노화를 막아줍니다. 색소는 척박한 기후 속에서 식물 스스로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낸 것으로, 사람이 섭취했을 때에도 세포의 노화와 손상을 막아주는 기능을 발휘합니다. 따라서 베리류는 적극적으로 노화 방지에 힘써야 하는 중장년층에게 매우 중요한 음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일본의 아미노업 의학식품회사에서 이와 관련된 실험이 이루어졌습니다. 실험 대상은 빠르게 노화하는 삼쥐였습니다. 삼쥐란 유전적으로 태어난 지 3개월부터 노화가 급속하게 진행되는 쥐를 말합니다. 연구팀은 베리류의 색소 성분인 안토시아닌 추출물을 1년간 삼쥐에게 투여한 후 안토시아닌을 먹지 않은 삼쥐와 비교 관찰했습니다. 그 결과, 실험군은 눈에 띄게 다른 행동 양태를 보였습니다. 안토시아닌을 투여한 쥐가 그렇지 않은 쥐보다 더욱 활발하게 움직인 것입니다. 쥐의 움직임이 확연하게 다른 것은 눈의 노화 때문입니다. 안토시아닌을 투여하지 않은 쥐는 노안 때문에 앞이 잘 보이지 않아 활발히 돌아다닐 수가 없는 것입니다.
평번한 천연 색소처럼 보이는 안토시아닌은 이처럼 노화를 방지하는 강력한 항산화 능력을 갖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각각의 베리류가 가진 안토시아닌의 양과 항산화능력은 어느 정도일까? 안토시아닌이 풍부하다고 알려진 포도와 3가지 베리류의 과일을 비교해보았습니다. 그 결과, 블랙라즈베리와 블루베리에는 포도보다 많은 안토시아닌이 들어 있었습니다. 항산화 능력 역시 모든 베리류가 포도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베리류는 건강에 매우 유익하지만 한꺼번에 지나치게 많은 양을 먹는 것은 좋지 않다고 합니다. 베리류 중에서도 단맛이 강한 과일은 혈당 수치를 높일 뿐만 아니라, 많이 섭취할 경우 칼로리를 높여 비만의 위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적당한 양을 꾸준히 섭취하는 것, 이것이 바로 하늘이 내린 천연 약제인 베리류로 건강을 지키는 최상의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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