샐리맘의 건강한 식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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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탁의 새로운 화두, 식이섬유
우리 민족은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압축 성장'을 해왔습니다. 불과 20년 안팎의 시간에 그와 같이 고도송장을 했다는 것은 기적에 가까운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경제 성장과 더불어 우리의 식생활도 급격하게 변하개 시작했습니다. 60년대에는 잡곡이나 나물 반찬처럼 섬유질이 풍부한 음식을 주로 먹었지만, 경제가 성장하면서 육류 및 패스트푸드의 소비가 증가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러한 식습관은 식이섬유의 섭취를 현저하게 감소시켰고, 각종 성인병의 발병률을 높이는 결과를 초래하였습니다. 전 세계가 주목하는 '제 6 영양소'이자, 21세기 식탁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식이섬유에서 건강의 해답을 찾아야 할 때인지도 모릅니다.
심장병 발생의 위험을 낮추는 수용성 식이섬유
비만 인구 세계 1위의 나라는 미국입니다. 전문가들은 미국인의 비만 원인을 그들의 식습관에서 찾고 있습니다. 그들이 즐겨 먹는 달고 기름진 음식이 비만의 결정적인 원인이라는 이야기입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에 살고 있느 데비 파이어맨(41)씨는 보통의 미국인들이 겪고 있는 식습관 문제를 고스란히 안고 살아 왔습니다. 육식 위주의 식습관을 유지한 탓에 비만은 물론 잦은 위장 장애로 적지 않은 고생을 해온 것입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그녀가 선택한 것은 식품 보조제와 식이섬유 보충제. 그러나 이것이 너무 극단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던 그녀는, 매일의 식사에서 채소와 과일만 잘 먹어도 식이섬유를 풍부하게 섭취할 수 있고, 균형 잡힌 식단도 구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 후 그녀는 각종 채소와 과일로 만든 샐러드에 식이섬유가 풍부한 곡물 크래커를 먹기 시작했습니다. 지금은 과거의 위장 장애에서 완벽하게 해방되었습니다.
데비 파이어맨 씨는 하루 식이섬유 권장량인 25g을 채우기 위해 철저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아침에 고식이섬유 시리얼을 두 그릇 먹는 것으로 14g의 식이섬유를 섭취하고, 이후 식사에서 샐러드, 곡물빵, 과일 등으로 나머지 섭취량을 확보합니다. 하지만 그녀처럼 일일 식이섬유 권장량을 채우고 있는 미국인은 100면 중 4명에 불과합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어떨까요? 1960년대에 25g에 가깝던 식이섬유 섭취량은 2008년으로 오면서 20g 아래로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외식과 패스트푸드의 섭취가 늘면서 식이섬유의 섭취량은 더욱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전문가들은 왜 그렇게 식이섬유의 섭취를 강조하는 것일까요? 그 비밀은 바로 '수용성 식이섬유'에 있습니다. 흔히 식이섬유라고 하면 식물의 질긴 부분을 떠올리겠지만, 그것은 '불용성 식이섬유'입니다. 곡물에 많이 들어 있는 불용성 식이섬유는 주로 소화기계통에 도움을 줍니다. 물에 녹아 있어 우리 눈에 잘 보이지 않는 수용성 식이섬유는 콩이나 과일, 채소에 많이 들어 있는데, 혈당의 상승을 막고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 심장 건강에 큰 도움을 줍니다. 미국 식품의약국은 심장병 발생 위험을 낮추는 음식으로 수용성 식이섬유가 풍부한 과일과 채소, 통곡물을 권하고 있습니다.
심장병 예방에 좋은 '수용성 식이섬유'는 어떤 모습인지 직접 실험을 통해서 알아봤습니다. 수용성 식이섬유가 풍부하다고 알려진 레몬을 잘게 분쇄시킨 후 원심분리기를 거쳤습니다. 시험관의 아랫부분에는 불용성 식이섬유가, 윗부분에는 물과 함께 수용성 식이섬유가 생겼습니다. 수용성 식이섬유가 담긴 물을 비이커에 따라낸 후 물에 녹은 수용성 식이섬유의 모습을 자세히 지켜봤습니다. 시간이 흐르자 하얀 실타래 모양의 수용성 식이섬유인 펙틴이 나타났습니다. 이 펙틴은 심장병 위험 인자인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을 유의미하게 낮추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충남대학교에서 이를 확인하는 실험을 해보기로 했습니다. 연구팀은 세 그룹의 쥐에게 8주간 각각 다른 양의 수용성 식이섬유를 사료와 함께 먹인 후 쥐의 혈액 속에 나타나는 변화를 살펴보았습니다. 그 결과 사료에 5%의 수용성 식이섬유를 섞어 먹인 쥐들의 경우, 심장병 위험 인자인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이 모두 유의미하게 감소해 있었습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 것일까요?
우리의 간에서 생성되는 콜레스테롤은 담즙산의 원료가 됩니다. 일반적으로 담즙산은 대장에서 재흡수되어 우리 몸에 악영향을 미치는데, 이 때 수용성 식이섬유가 담즙산에 달라붙어 이를 몸 밖으로 배출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그러면 우리 몸은 부족해진 담즙을 만들기 위해 콜레스테롤을 더 소비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혈중 콜레스테롤이 떨어지게 되는 것입니다.
이선영 충남대 교수의 말입니다. "식이섬유는 장내에서 수세미와 같은 역할을 합니다. 장내에 들어온 물질들을 희석하고 여러 가지 나쁜 물질들이 장벽과 접촉해서 흡수되는 것을 막는 것입니다. 흔히 불용성 식이섬유만이 건강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수용성 식이섬유도 몸에 유익한 효능을 많이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대장암 발병률을 낮추는 착한 청소부
식이섬유는 대장암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단적인 예로 아프리카 원주민과 미국인의 대변량을 비교해보면 알 수 있습니다. 아프리카 원주민의 경우 하루 대변량이 약 400g 정도입니다. 미국인에 비하면 무려 4배가 많은 수치입니다. 이는 억센 풀과 뿌리, 과일과 같은 식이섬유가 풍부한 음식을 즐겨 먹기 때문입니다. 대변량이 많은 아프리카 원주민들은 대장암 발병이 거의 없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미국 영양학회지에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미국으로 건너간 아프리카 원주민들의 경우에는 대장암 발병률이 무려 60배나 증가한다는 사실입니다. 이를 통해 식이섬유가 대장의 건강과 얼마나 밀접한 연관이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실제로 식이섬유의 섭취를 늘려 대장암을 이겨낸 사례가 있습니다. 2002년경 갑자기 대변량이 급격하게 줄어든 김**(62) 씨는 그것이 가벼운 변비일 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대장 사진을 찍어보자 좌측 결장에서 자란 암 덩어리가 장관 내를 거의 막아버린 상태였습니다. 병원에서는 '대장암 3기'라는 진단을 내렸습니다. 김 씨는 절망에 빠졌지만, 곧 식습관을 바꾸는 것으로 암을 이겨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종아하던 담배를 끊고 하루에 열 잔씩 마시던 커피도 끊었습니다. 대신 텃밭에서 직접 기른 섬유소가 풍부한 채소를 먹었습니다. 7년이 지난 지금 김 씨의 대장은 아주 깨끗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김 씨에게는 좋은 변화가 또 하나 생겼습니다. 응급실에 실려 갈 정도로 고통스러웠던 변비가 씻은 듯이 나았다는 것입니다.
인간의 소화효소로는 분해도, 흡수도 되지 않는 식이섬유는 과거에는 그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인체에 흡수되지 않는 대신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제6의 영양소로 주목받게 되었습니다.
식이섬유는 스펀지가 물을 머금듯 수분을 빨아들이는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자신의 무게보다 30~40배나 많은 수분을 흡수할 수 있고, 이로써 적은 양을 먹어도 포만감을 느끼게 되고, 변의 양을 늘려 부드럽고 배설하기 좋은 상태로 만듭니다. 또한 스펀지처럼 팽창한 식이섬유 덩어리는 흡착 효과도 뛰어나 장내에 떠다니는 콜레스테롤이나 발암물질에 달라붙어 이를 몸 바깥으로 배출시키는 역할까지 훌륭히 해냅니다. 결론적으로 식이섬유는 몸 안의 해로운 성분을 싹싹 쓸어내는 '착한 청소부'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해조류와 채소를 먹고 물을 마셔라
그렇다면 우리 몸에 좋은 식이섬유를 어떤 음식을 통해 섭취하는 것이 좋을까요? 먼저 해조류를 들 수 있습니다. 다시마를 12시간 동안 물에 담가 놓으면 노란색의 끈적끈적한 성분이 나오게 되는데 이것이 대표적인 수용성 식이섬유인 '알긴산'입니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식이섬유 다량 함유 음식 5가지'만 봐도 해조류의 영양적 가치를 알 수 있습니다. 그 중에서 3가지가 미역, 김, 다시마와 같은 해조류이기 때문입니다. 이외에도 시금치 등의 채소와 고구마, 과일, 통곡물 속에도 식이섬유가 풍부합니다.
식이섬유를 섭취할 때에는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식이섬유의 좋은 효과를 충분히 보기 위해서는 수분 섭취가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입니다. 만약 식이섬유 섭취량만 늘리고 물을 섭취하지 않으면, 오히려 변을 딱딱하게 만들어 변비를 악화시킬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하루 25~30g의 식이섬유를 섭취했다면 1.5~2L 가량의 물을 함께 마시는 것이 좋습니다. 더불어 가공과정을 최소화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오렌지 1개의 식이섬유량은 3g이지만, 오렌지 주스의 식이섬유량은 0.3g으로 10배나 떨어집니다. 가공과정을 거치면서 식이섬유의 위력이 현저하게 저하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가공이 최소화된 자연 그대로의 식품을 권하고 있습니다.
다만, 수술 후 회복기라서 장을 쉬게 할 필요가 있는 환자나 위 질환이 있는 환자의 경우에는 거친 식이섬유가 부담될 수 있으므로 당분간은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집 안도 오랫동안 청소하지 않ㅇ면 더러워질 뿐만 아니라 병균까지 생기게 마련입니다. 지속적으로 음식을 섭취하는 우리 몸 역시 깨끗하게 청소하지 않으면 끊임없이 노폐물이 쌓이게 도비니다. 우리 몸의 청소부인 식이섬유를 통해 몸속까지 깨끗하고 건강하게 관리하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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